Assembly / Recreation

죽음을 돌다

김지선 / KIM JISUN

죽음을 돌다

윤회사 輪廻死

김지선 KIM JISUN / Studio A
aloahjisun@khu.ac.kr

버려진 해양 석유 플랫폼(두성호)의 재탄생, 추모 공원

“죽어서도 주택난”이라는 문장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잘 나타내는 문장이다. 화장률이 올라가면서 화장장 문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화장시설과 납골당은 여전히 혐오시설로 치부되어 건설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죽음이 자연스러워지는 다사(多死) 사회는 인간에게만 한정된 단어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산유국으로 만들어준 국내 유일 반잠수식 시추선 <두성호>도 탈산업화로 인해 쓸모를 잃어버려 매각된 죽은자이다. 한정된 토지에서 밀려나고 있는 봉안시설을 두성호라는 부유하는 수단을 이용하여 해양장 추모공간을 제안한다.

아슬아슬한 물결 위, 존재하는 건축물은 불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과 닮았다. 바다 깊은 속에 무엇이 존재할지 모르는 불안전함과 평생을 정착할 곳을 찾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봉안시설은 죽은자가 아닌 살아있는 자 즉, 남아있는 자를 위한 곳이다. 삶이라는 굴레에서 우리는 아직 남아있다. 아슬하게 벅차오르는 윤슬 그리고 붉게 물드는 노을과 닮은 삶의 회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추모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 편안함, 두려움, 환희, 신비감을 부른다. 국내 95%의 해양장이 이루어지는 인천 연안부두 근처에 부유할, 석유 플랫폼 추모 공원은 미미한 상징성을 가진 부표를 대신하는 죽은 가족을 만나러 가는 신비로운 여정의 도착지가 될 것이다.